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서울공연예술고 사태가 먼지털이식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에 대한 민원감사를 실시한 후 그 감사결과를 공개하고 7가지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로경찰서는 당초 이 사건이 국회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데다가 언론보도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등 논란이 되자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력한 수사를 전개했다. 그동안 수 십명의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10개월 가까이 의욕적으로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구로경찰서는 수사과정에서 박재련 전 교장에 대해 두세차례 구속영장을 검토하기도 하였으나 검찰의 만류로 성사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수사의뢰한 7가지 혐의 중에서 '구로구청 보조금 부적정 집행' 건 외에는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이 난 상태이다. 특히 공연행사비 횡령 혐의가 '혐의없음'으로 정리되면서 경찰 수사가 벽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제대로 기소할만한 범죄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11월 들어 최종적으로 박재련 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8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서울시교육청의 수사의뢰나 구로경찰서의 먼지털이식 수사가 무리수였음을 보여주었다.
집권당인 민주당에 의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되었고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다보니 경찰은 별건 수사를 통해서라도 강력하게 처벌할 빌미를 찾느라 노력한 듯하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경찰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본지가 입수한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18일 경찰이 청구한 주요 구속 사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보조금 부적정 집행은 「행정처분 대상」일 뿐 형사처벌 어려워... 특히 형사소송법과 검찰수사규정및 대법원 판시 등의 구속요건에도 미달
첫번째 혐의는 '구로구청 보조금 부적정 집행'으로 학교가 방과후 과정에 구로구청 보조금을 집행하면서 교육청 지침과 절차를 꼼꼼히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조금 용도 외 사용'으로 몰고간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지급절차가 미흡했을 뿐 보조금을 누군가 중간에서 착복한 사실은 없고 「방과 후 강사비」나 「행사준비」를 위해 실제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보조금 부적정 집행은 징계 등 행정처분을 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어서 기소되더라도 법률적으로 유·무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크다.
영장이 기각되었다는 것은 법원이 학교측 변호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인데, 경찰이 얼마나 무리한 법 적용을 시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학생선발업무 방해 ... 범죄구성요건 갖추지 못한 무리한 법적용
두번째 혐의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별건 혐의이다. 학생선발 전형위원회(위원장 박재련)에서 면접을 진행하면서 위원들이 '임시로 가기재했던 점수를 면접 후 위원간 평가토론을 거친 후에 최종 점수를 기재시 점수를 조정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학생선발 비리 즉 『업무방해죄』로 본 것이다.
학생선발전형 중 면접평가는 결국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고 상식이다. 전형위원들이 최종적으로 점수를 확정할 때 피면접자 전체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가 잘 이루어졌는지 재검토하여 일부 점수를 조정하여 집계표에 기재하는 것은 일반적인 학사 절차다.
그 과정에서 전형위원간 피면접자에 대해 각자 관찰한 여러 측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집계표에 기재한 최종점수에 서명하면 그것이 유효한 점수이고, 그 이전에 있었던 일들은 모두 최선의 평가결과를 내놓기 위한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경찰은 전형위원회에서 '위원들 간 의견교환 중 위원장의 발언만 문제'삼은 것이다. 위원장이 몇몇 학생의 장점을 언급한 것이 '특정 학생을 두둔하여 학생선발 비리를 저질렀다'고 유추하여 임의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상대평가인 선발전형에서 위원들이 임시로 연필로 점수를 부여했다가 최종적으로 조정된 점수를 확정하여 기재했다고 해서 이를 범죄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으며, 무리한 수사로 볼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공예 사태 용두사미 ... 교사들 싸움에 휘둘린 학생들만 피해자로 남아
학교측 변호인은 구속영장 청구의 주요 사유 두가지 모두 범죄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기소가 되더라도 법원에서 무죄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판을 크게 벌려 수사에 임했던 경찰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서공예 사태 초기부터 서울시교육청의 사학 때리기 행태를 비판해 온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국가교육국민감시단(김정욱 사무총장)은 "충암고의 경우 자기들이 충암에 파견한 임시이사들에 대해서는 채용비리가 감사를 통해 밝혀졌음에도 수사의뢰는커녕 경고 조치에 그치고, 서울공연예술고의 경우는 경미한 지적사항임에도 파면·해임하라고 요구하더니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했다"며 "공정·정의를 내세우는 진보교육감의 위선과 가식에 말문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총장은 "서공예 사태는 학교측의 인사조치에 불만을 품은 교사 한두명이 학생들을 부추겨 민원을 제기하면서 촉발되었고, 마침 특목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울시교육청의 편파적인 감사로 실제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며 "동구학원, 충암학원의 경우처럼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공예 사태의 전후과정을 지켜본 사립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사학에 대해서는 유독 가혹한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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