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한디? 아디아포라 야!

우리가 조금만 더 관대해진다면,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포근한 곳이 될 테니까요.

아디아포라(adiaphora)

그리스어로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괜찮은 일”  

그저 그렇게 넘겨도 되는, 목숨 걸 필요 없는 일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경상도 산골에서, 아내는 전라도 바닷가에서 자랐습니다.  

말투도, 음식 맛도,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습관도 달랐지만,  

그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습니다.

 

어느 따스한 저녁,  

아내가 부드럽게 삶은 감자를 접시에 담아 올렸습니다.

 

“여보, 먹어 봐.”

 

남편은 아무 생각 없이 하얀 그릇에 손을 뻗었습니다.  

감자를 한 입 베어 물던 그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설탕이네?”

 

그 한마디가 조용한 식탁 위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었는데…  

설탕에 찍어 먹는 건 처음 보네.”

 

아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습니다.

 

“소금이라고?  

우리 집에서는 늘 설탕에 찍어 먹었어.  

그게 훨씬 더 맛있는데…”

 

작은 차이가,  

작은 오해가,  

이내 날카로운 말들로 번졌습니다.

 

“당신은 우리 집안과 도저히 안 맞아.”

 

그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두 사람의 사랑은 차갑게 식어갔고,  

결국 이혼 서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법정에 선 두 사람.  

남편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판사님,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는다니요…”

 

아내도 지지 않고 받아쳤습니다.

 

“소금에 찍어 먹는 게 더 이상하죠!”

 

판사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두 분… 참 재미있으시네요.  

감자를 소금에 찍든, 설탕에 찍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우리 강원도에서는요…  

감자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데요.”

 

그 순간, 법정 안 공기가 살짝 흔들렸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토록 크게 싸웠던 일이,  

갑자기 너무 작고 하찮아 보였습니다.

 

감자는 여전히 감자였습니다.  

그저 찍는 것이 다를 뿐이었는데,  

우리는 그 ‘다름’ 때문에 사랑을 놓을 뻔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런 ‘감자 이야기’를 참 많이 만납니다.

 

누군가의 작은 습관,  

다른 생각,  

익숙하지 않은 방식.  

 

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관계가 멀어지고,  

때로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보면,  

소금이든 설탕이든 고추장이든,  

결국 감자는 달콤하고, 짭조름하고, 매콤하게  

우리 입 안에서 녹아내릴 뿐입니다.

 

그 다름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각자 살아온 삶의 색깔일 뿐입니다.

 

아디아포라.  

대수롭지 않은 일.

 

정치에서, 종교에서, 직장에서,  

가족 사이에서, 연인 사이에서  

우리는 너무 자주 ‘옳고 그름’을 가르려 합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들은 많지 않습니다.  

진실, 사랑, 신뢰, 존엄 같은 것들.  

그것들에는 분명한 마음이 필요하지만,

 

그 밖의 수많은 것들,  

감자를 어떻게 찍어 먹을지 같은 일들에는  

조금 더 넓고 따뜻한 마음을 내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와 용기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관용과 여유를,  

그리고 모든 것에는  

깊고 부드러운 사랑을.

 

오늘 누군가와 의견이 부딪힌다면,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려 보세요.

 

“이것도… 아디아포라야.”

 

그 한마디가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깨어질 뻔한 관계를 다시 따뜻하게 이어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대해진다면,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포근한 곳이 될 테니까요.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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